
청마루와 계곡 물소리 <청계산방>
계곡 모퉁이를 돌아 한눈에 들어온 작지만 옹골찬 집이 있습니다. 하얀 담장 위 화려하게 핀 수국이 어서 오라 손짓합니다. 잔잔한 계곡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청마루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마중합니다. 늦은 밤! 은은하게 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면 복잡한 머릿속이 정리되며 비로소 아름다운 별과 달,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됩니다.
위치|경기도 양평군 지역지구|계회관리지역 층수|1층
대지면적|274㎡ 건축면적|54.62㎡
연면적|지상1층 54.62㎡
준공연도|2021
구성원| 부부 2인
연령대|60대 초반, 50대 후반
목적|사무소, 사랑방




Q. 청계산 끝자락에 있는 터, 어떤 땅이었나요?
가장 큰 특징은 터 바로 옆에 계곡이 흐르는 것이었습니다. 건축주께서도 이 곳을 고른 가장 큰 이유가 계곡 때문이라고 했지요. 겨울에 땅을 보러 갔지만 주변에 나무가 많아서 여름에 굉장히 우거질 듯했습니다. 특히 땅 가장 안쪽에 있는 산수유나무가 눈에 띄었습니다. 여름에 나무 아래 평상을 두고 담소를 나누기 좋을 것 같았습니다. 말 그대로 자연 속 있는 요새같았지요.
Q. 아무로 좋은 땅도 보완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자연에 놓인 땅을 사람이 살기 편한 곳으로 만드는 것도 건축의 역할이죠. 세 가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첫 번째, 외부 시선을 차단해야 합니다. 두 번째, 도로와 땅을 구분해야 합니다. 세 번째, 계곡 소음을 줄여야 합니다.

왼쪽에는 계곡, 오른쪽에는 도로가 있다. 도로쪽에는 창문을 최소화하여 소음을 줄이고 외부시선을 차단한다.

도로보다 높은 집, 1m의 담은 도로와 집 공간을 분리하고, 다른 사람이 집 안을 들여다보는 것을 방지한다.
Q. 사생활보호는 굉장히 중요하죠. 어떻게 외부시선을 차단하나요?
삼거리 모퉁이에 있어 마을 주민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집을 짓고 공사를 하는 와중에도 마을 분들을 여럿 보았어요. 그리고 주변 땅보다 낮은 곳에 있어서 윗집에서 보면 청계산방의 내부가 보일 위험도 있어요. 하지만 땅 안쪽은 나무가 우거져 내부가 들여다보일 걱정이 없죠. 그 부분을 활용했습니다. 먼저 마당을 집 안쪽으로 두었습니다. 도로가 북쪽과 동쪽을 따라 내려오는데, 도로를 따라 건물을 ‘ㄱ’자로 배치했습니다.
Q. 도로와 땅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보통은 담을 세우죠?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제가 선택한 방법은 집을 전체적으로 들어 올리는 것입니다. 즉, 기존 땅보다 집이 약1m 높은 곳에 있는 것이죠. 그리고 1m높이의 단 위에는 꽃을 심는 화단을 두었습니다. 사모님께서 수국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시더라고요.
Q. 계곡 물소리는 어떻게 차단하나요?
계곡과 집을 최대한 멀리 떨어트려 놓습니다. 그리고 시스템창호를 사용했습니다. 3중 유리 시스템창호는 단열에도 효과적이지만 외부소음을 차단하는 역할도 하거든요. 물론 보안에도 좋습니다. 외부에서는 문을 열 수 없기 때문이죠.



Q. 넓은 마루가 인상적입니다. 어떤 용도인가요?
주거용도가 아니기 때문에 마당을 최대한 활용하는 집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건축주께서 풀, 나무, 흙, 꽃, 물, 새소리, 바람소리 등의 자연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도시에 있다가 물 깨꿋한 양평으로 오면 당연히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청마루는 자연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거실과 연결된 청마루에서 맨 발로 바람과 햇빛, 물소리를 느낄 수 있죠. 마당으로 가려면 청마루 아래 슬리퍼 하나만 놓으면 됩니다. 놀러 온 손녀와 손자는 거실과 청마루를 왔다 갔다 하며 그림을 그리고, 장난감을 어질러 놓을 수도 있죠. 그런 모습도 은퇴한 건축주 두 분에게는 행복일겁니다.
Q. 그런데 집이 좀 좁은 것 같아요.
주거용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가 편한 면적으로 계획했습니다, 약16평인데요. 주방 겸 거실, 화장실, 방1개의 아담한 크기죠. 집을 오래 비우는데 너무 크면 청소하기 힘듭니다. 그 부분을 배려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부정형 현무암 판석으로 길을 만들고, 그 옆에는 빗물이 흐르는 물길을 만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현관문보다 이 현무암길로 사람이 더 자주 다니는 것이다.
Q. 마당에 아기자기한 것들이 많아요. 모두 건축주의 요청인가요?
그럼요. 청마루 앞 장착불은 ‘불멍’을 위한 장소입니다. 또 여름에 불 피우고 둘러앉아 노래를 부를 수 있죠. 수도는 마당을 가꾸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산수유 나무 아래 평상은 여름에 그늘 아래에서 고기를 구워먹거나, 밤에 누워 풀벌래 소리와 계곡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Q. 집 이름은 왜 청계산방인가요?
청마루에 앉아 자연의 소리를 듣는 산속 별장 ‘청계산방’(廳溪山房)의 청은 ‘마루 청(廳)’자를 씁니다. 廳자는 广(집 엄)자와 聽(들을 청)자가 결합한 모습입니다. 聽자는 귀와 마음으로 소리를 듣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듣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广자가 결합한 廳자는 ‘소리를 듣는 집’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청마루에 앉아 자청계산방에는 玉溪(옥계)를 흐르는 물소리, 이른 아침 새들의 합창소리, 나뭇잎 하늘거리는 바람 소리, 햇살에 꽃망울 터지는 소리, 수많은 자연의 정겨운 소리가 있습니다. 만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풍류하는 특별함이 있는 그곳. 그런 의미로 청계산방이라고 지었습니다.
건축주분께서 집 이름처럼 여유롭고 행복한 생활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